취학연령 하향이 해결책?…성차별‧인권 등 문제투성이 [배운 게 죄①]

조세연 , 저출생 정책으로 ‘교제 성공 지원 정책’ 마련 주장
“학령기는 미래의 배우자 고르는 시기 아냐”

기사승인 2024-06-1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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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연령 하향이 해결책?…성차별‧인권 등 문제투성이 [배운 게 죄①]
지난 1월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에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예비 초등학생이 교실을 살펴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포함된 ‘여학생 1년 조기입학’을 두고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정부가 내세웠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국민의 반발로 철회됐음에도 또다시 국책기관에서 취학연령 하향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비과학적이고 남성 필요에 의한 주장”이라며 아동인권차원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조세연이 최근 발표한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는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교제 성공 지원 정책’ 마련을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가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은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이 논란이 되자 조세연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원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은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국책 연구기관의 황당한 주장에 분노하고 있었다. 해당 보고서를 캡처한 한 커뮤니티의 게시글에는 400여 개의 댓글이 달리고 조회수는 3만을 넘겼다.

댓글에는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이런 의견을 내는 게 역겹다” “인간이 아니라 출산 도구로 생각하네” “여학생한테 무력감 심어줘서 사회 진출 막으려 한다” “발달이 늦으면 늦은 애를 교육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빠르다고 페널티를 주겠다니” “저출생은 데이트폭력‧성범죄‧가정폭력‧스토킹 범죄 형량 세게 때리고 직장에서 남녀 차별 개선하고 미혼모 지원하면 될 일인데 이게 어렵냐” “출생률 낮다고 조혼도 추진하겠네” 등의 반응이었다.

취학연령 하향이 해결책?…성차별‧인권 등 문제투성이 [배운 게 죄①]
지난 1월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에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예비 초등학생이 교실을 살펴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번 정부에서 ‘취학연령’ 논란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에는 여성 조기입학이 아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했다.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령을 앞당겨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강한 여론에 부딪혀 결국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철회됐고, 당시 교육부 장관이던 박순애 전 장관이 사퇴하기도 했다.

‘만 5세 입학’과 ‘여학생 조기입학’의 목표는 ‘(남학생과의)교육격차 해소’라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정책 모두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고, 학력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공교육에 들어오기만 하면 모든 학생이 평등한 교육을 받아 격차가 해소될 거란 안이한 기대에서 나온 정책”이라며 “조기 입학으로 오히려 교육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여학생 조기입학’은 비과학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아동 인권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만 7세로 규정된 현재의 학령 연령은 이때 조직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발달에 가장 이롭다는 연구의 결과”라며 “(여학생 조기입학은)이를 다 무시하고, 여학생들이 똑똑하니까 일찍 입학시켜서 남학생들의 정신연령과 맞는 연하의 여성과 호감을 느끼도록 하자는 비과학적이자 남성의 필요에 의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령기는 아동이 미래의 배우자를 고르는 시기가 아니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사회화되는 시기이자, 자신이 선호를 파악하고 일상을 운영하는 법을 훈련하는 시기”라며 “여학생 조기입학은 아동 인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크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